냉장고 이야기가 나와서 냉장고의 원리와 역사에 대해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자료올려드립니다.
냉장고의 원리와 역사
부엌에서 냉장고가 차지하는 의미는 그 부피만큼이나 크다. 요즘은 이른바 김치냉장고가 더 생겨서 그 역할이 더 커져가고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부엌에는 '찬장'이라는 것이 있어서 먹다 남은 반찬을 남겨두었으나 지금은 냉장고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냉장고에 관한 기본적인 원리는 비교적 간단한 열역학으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어서 자세히 이야기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생활 물리에 관한 책들에서 친절한 설명들을 볼 수 있다.[1]
우리가 알콜을 피부에 바르면 시원하거나 더울 때 땀이 나와서 그 땀이 증발하면서 시원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문제는 이 과정을 계속해서 순환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냉장고는 대기압에 가까운 압력에서 쉽게 증발하는 냉매(refrigerant)의 증발과 응축을 반복함으로써 냉동작용을 하는 '증기압축 냉동법(vapour compression refrigeration)'을 사용한다.
그림 1은 냉장고의 간단한 개요를 보여주고 있다. 냉장고는 증발기, 압축기, 팽창밸브, 응축기의 네 개의 주요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2] '증발기'는 냉장고 내부에 있으며, 냉매가 증발할 때 흡수하는 잠열(latent heat)을 이용하여 냉장고내의 온도를 낮추게 된다.
차가워진 공기는 작은 냉장고의 경우 자연 대류 방식으로 큰 냉장고는 강제 순환 방식으로 냉장고 전체에 퍼져나가게 된다. 이렇게 증발된 냉매 기체는 '압축기(콤프레서)'가 전기 모터로부터 기계적인 일을 받아서 고온 고압의 기체를 만들고 냉장고 뒤편에 있는 '응축기(콘덴서)' 관에서 압력을 받는다.
이 압축과정이 증기를 응결시킴에 따라 잠열이 주변으로 방출되며, 이 때 냉장고 뒤편의 팬이 이 열을 여러 방향으로 분산시킨다. 다시 응축된 냉매를 '팽창밸브'에서 증발기로 보내면 다시 증발하여 냉각작용이 반복된다.
이 '팽창밸브'를 조절하여 냉각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다. 증발기에서 흡수된 열이 모두 응축기에서 나오게되기 때문에 냉장고에서는 '증발기'와 '응축기' 사이에는 단열벽으로 차단하게 된다.
이 단열재는 보통 폴리우레탄 폼을 사용한다. 마치 온도를 낮추는 '증발기'는 보온병 속에, '응축기'는 바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냉장고의 큰 문제점 중에 하나인 소음은 압축기와 강제 순환용 팬(선풍기)에서 주로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순환과정을 이용한 냉각 작용은 '에어콘'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런데 냉장고는 '에어콘'과 달리 '증발기'와 '응축기'가 단열벽으로만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부엌의 냉장고를 열어둔다고 해서 부엌이 시원해지지는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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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일반 냉장고의 개요도. |
얼음은 옛날부터 천연의 냉장고로 사용되어져 왔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경주의 '석빙고'와 같이 겨울에 얼음을 보관하였다가 더울 때 사용하여왔다. 미국에서도 19세기 초반에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의 언 호수에서 얼음 덩어리들을 잘라내어 인도나 오스트레일리아로 수출까지 하였다고 한다.[3]
1830년대 얼음을 만드는 '기계'가 나오게 됨으로써 천연 얼음을 사용하는 시대는 끝을 맺게된다. 이 때의 얼음 기계는 증기로 구동되는 아주 큰 공장으로, 차가운 압축 공기를 밸브를 통과시키면서 팽창시키거나 에테르나 암모니아와 같은 액체가 증발할 때 온도가 내려간다는 원리를 이용했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에서 등장한 기계들은 고기를 냉동하거나, 더운 날씨에도 양조할 수 있도록 맥주를 차갑게 하는데 사용되었다. 덕분에 1870년대 말에는 아르헨티나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영국으로 냉동 고기를 운송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냉동 기계의 역할은 유럽의 육류 소비가 급증하는 시기와 일치하였다. 과일과 채소 뿐 아니라 계란과 다른 낙농제품들도 최적 냉장조건이 정해지면서 육류와 더불어 주요 수출품이 되었다.
서인도 제도산 바나나는 19세기 말 이후로 다량으로 유럽에 유입된 과실 중의 하나였다. 상업적인 얼음제조는 어업의 번영을 회복하는데 주된 역할을 담당했다.
1860년대와 1870년대에는 증기트롤선이 개발되어 신속한 항해가 가능해졌고, 선창에 저장 얼음을 운반함으로써 잡는 즉시 얼음에 채워진 생선은 증기와 철도에 의한 신속한 왕복 여정을 통해서 도시의 생선 판매상들에게 도달할 때까지 냉각 상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4]
최초의 실용적인 냉장고는 냉매로 암모니아를 사용한 것으로, 독일의 공학자 카를 폰 린데(Karl von Linde)가 1871(혹은 1876)년 뮌헨의 양조 공장에 산업용 냉장 시스템으로 도입했다.
그는 이것을 써서 1883년 액체 산소를 만들었지만 그렇게 차가운 액체를 보존하는 것이 당시의 기술로는 불가능했다.[5]
1892(혹은 1872)년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듀어(James Dewar)가 액체 산소를 저장할 목적으로 보온병(발명자의 이름을 따서 'Dewar'병이라고도 부른다.)을 개발했다.
듀어는 1898년 ?252.8℃에서 수소를 액화하는데 성공하였고, 1899년에는 ?259℃에서 수소를 고체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는 1845년 영국의 패러데이(Faraday)가 수증기나 암모니아와 같이 비교적 끓는점이 높은 액체의 증기를 액화시킨 이후 계속된 발전의 결과였다.
이러한 발전은 반데르 발스의 제자 카멀리히 온네스가 헬륨(5.22 K)을 액화시키는데 성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전도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되었다. 이러한 냉각 기술의 발달은 응용과 기초 연구가 함께 진행된 좋은 예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곧바로 '가정용' 냉장고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1920년대 말까지 이미 상업적 냉장고가 널리 사용되고는 있었지만 작고 가벼우며 지속적으로 작동하면서도 고장이 잘 나지않는그래서 일상적인 유지를 위해 숙련공이 필요하지 않는안전한 가정용 냉장고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많은 냉매가 유독성이거나 가연성이어서 '얼음공장'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였다고 한다.[6]
그런데 이 당시 위에서 설명한 '증기 압축 냉동법' 이외에 흡수 냉동법(absorption refrigeration)[7]을 이용한 흡수식 가스냉장고의 개발이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암모니아처럼 물에 잘 녹는 냉매는 그 화학적인 특성을 이용하여 압축기를 사용하지 않고 저압 가스를 고압 가스로 만들어 냉동 작용을 시킬 수 있다.
그림 2의 '흡수식 냉동기'에서는 가스를 압축하는 대신 온도, 압력 차에 따라 가스가 흡수, 용해되는 비율이 다른 작용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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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흡수식 냉장고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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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기 내에서 암모니아 냉매액이 증발하면서 냉각수로부터 열을 흡수하여 냉동목적을 달성한 냉매 기체는 흡수기에서 물에 흡수된다.
이 짙은 암모니아 용액은 펌프에 의해 발생기로 보내지고 발생기에서 짙은 암모니아 용액은 가스에 의해 가열되어 고온, 고압의 암모니아 증기를 발생시키고 묽은 용액이 되어 흡수기로 되돌아간다.
이 때 냉매 기체는 고온, 고압의 기체가 되어 나오므로 기계적 압축과정과 같은 효과를 올릴 수가 있다. 고온, 고압의 냉매 기체는 응축기에서 액화되어 팽창밸브를 통해 압력과 온도가 낮춰진 후 증발기로 주입되어 냉동 작용을 되풀이한다.
이 방법은 모터를 이용한 기계적인 압축기 대신에 가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냉각 순환 통제를 위해 가스 불꽃을 켜고 끄는 장치인 온도 스위치를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작동하여야 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고장나거나 '소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적다.[8]
1925년만 해도 미국에서 가스 서비스가 전기 서비스보다 훨씬 보편적이었기 때문에 흡수식 냉장고가 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결국은 현재와 같은 기계 압축식 냉장고가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는데, 이는 전기설비회사와 관련된 제너럴일렉트릭 사의 역할이 컸다.
이 때 수냉식이었던 응축기도 공냉식으로 바뀌어 전력소비가 더 늘게 되었다 (물론 물 소비는 줄었지만).[9]
냉장고에 사용되는 '냉매'로 이른바 '프레온' 가스가 널리 사용되었으나 지구 오존층 파괴 원인으로 지목되어 새로운 대체 용매가 사용되고 있다. 냉매는 증발 잠열이 크고, 액화와 증발이 용이하며, 증기의 비열이 크고 액체의 비열이 작은 것 등의 조건이 요구된다.
일반적인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종류의 냉매가 사용될 수 있다. 암모니아(R-717), 탄산가스, 물(R-718)과 같은 무기화합물과 메탄, 에탄, 프로판, 부탄과 같은 탄화 수소 냉매, 그리고 보통 '프레온'이라고 불리우는 할로겐화 탄화수소 냉매가 있다.
휴대용 가스 버너를 사용할 때 부탄 가스 통이 아주 차가워지는 것이 '부탄'이 냉매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할로겐화 탄화수소란 한 개 또는 그 이상의 할로겐 원소(Cl, F, Br, I)를 포함하는 물질로서 비교적 독성이 없으며 폭발성이나 연소성이 없어 안전하고 열특성도 뛰어나서 여러 종류가 개발되었다. 탄화수소가 한 개인 메탄(CH4)과 두 개인 에탄(C2H6)에 할로겐 원소들이 치환된 냉매로 대별된다.
메탄계 할로겐 냉매는 CCl2F2(R-12), CClF3(R-13), 그리고 CHClF2(R-22) 등이고 에탄계 냉매는 CF3CH2F(R-134a), CClF2CH3(R-142b) 등이 있다. 여기에서 괄호 안에 R로 시작되는 기호는 냉매(Refrigerant)를 뜻하는 R로 시작되는 냉매의 명명법이다.
이 중에서 R-11과 R-12가 널리 사용되었으나 오존층 파괴 문제로 규제 대상 물질이 되었고 R-22가 R-12보다 오존층 파괴 효과가 적어 향 후 상당 시간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R-134a는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고 온실 효과 지수도 낮아 R-12의 대체용으로 개발되었다.
또 다른 냉동기의 원리는 금속이나 반도체의 열전(Thermoelectric)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열전 냉동(Thermoelectric refrigeration) 혹은 전자냉동법[10]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최근 이른바 '화장품 냉장고'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어 특허 분쟁이 일어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11]
이 냉동 방법은 서로 다른 종류의 금속이나 반도체를 연결하여 직류 전류를 흐르게 하면 한 쪽의 접점은 고온이 되고 다른 한 쪽의 접점은 저온이 되며, 이 저온 쪽 접점에 의하여 냉동을 얻는다.
이것을 펠티어 효과(Peltier Effect)라하며 그림 3에 그 개요를 나타내었다. 종래의 보통 재료로는 전기가 잘 통하면 열도 잘 통하여 고온 쪽으로부터 저온 쪽으로 열이 전달되어 냉동작용을 얻을 수 없었으나, 열을 잘 전달시키지 않지만 전류를 잘 통과시키는 N형(Bi)과 P형(Bi2Te3) 반도체 등의 재료가 개발됨으로써 전자 냉동기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열전 냉동 방식은 반도체나 금속 내의 '전자'가 냉매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흡수식 냉장고와 같이 소음이 없으나 아직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15℃ 정도의 냉장을 하는데 이용된다고 한다. 또 아주 최근에는 '가돌리늄 합금[Gd5(Si2Ge2)]'이 채워진 바퀴를 영구자석 사이에 회전시켜 '자기 냉동 방법(Magnetic Cooling)'을 이용한 냉장고를 만들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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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전자 냉동법(화장품 냉장고)의 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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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우리나라 최초의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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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 냉동이나 자기 냉동 방법과는 달리 '김치 냉장고'의 기본적인 냉각 방법은 일반 냉장고와 다를 바가 없다. 단지 좀 더 정밀한 온도 제어 기술을 사용하고 냉장실의 공기를 차갑게 하는 것이 아니라 냉장실 자체를 차갑게 하는 직접 냉각 방식을 사용하므로써 냉장고 내의 온도 변화를 작게 만들어 준 것이다.
더불어 일반 냉장고와 달리 문을 작게 만들고 자주 여닫지 않으며 또한 위쪽에 달아서 차가운 공기가 위로 잘 빠져나오지 않는 특성을 이용하여 온도변화가 거의 없도록 만든 것이다.[13]
우리나라에서의 냉장고의 생산은 1965년 4월 당시 '금성사'에서 제조함으로써 시작되었다.[14]
그림 4는 당시 만들었던 냉장고 사진이다. 참고로 냉장고에 사용되는 전력 소비량의 표시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보통의 전열기들은 60 W 백열전구와 같이 전력(일률)으로 전기 소모량이 표시되어있다.
여기에 시간만 곱하면 전력량(보통 kWh로 표시)으로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냉장고는 한 달에 어느 정도의 전기를 사용하는가로 표시되어있다.
예를 들어 조그만 냉장고의 경우 38 kWh/월로 표시되어있다. 이러한 표현은 냉장고가 백열전구와 같이 항상 일정한 전력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압축기가 사용할 때와 같은 경우에만 전력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인 것 같다.
참 고 문 헌
[ 1] Jim Jardine, 재미있는 생활 속의 물리여행, 물리교재편찬위원회 역 (한승), p. 185.
[ 2] 윤정인 등 공저, 냉동공학 (문운당), p. 29.
[ 3] G. I. 브라운, 발명의 역사, 이충호 옮김 (세종서적), pp. 234-235.
[ 4] 문수재, 손경희, 식생활과 문화 (신광출판사), p. 305.
[ 5] 데이비드 맥컬레이, 도구와 기계의 원리 Ⅰ, 박영재 옮김 (진선출판사), p. 188.
[ 6] 루쓰 코완, '과학기술과 가사노동' 제5장 가사노동에 대한 또 다른 사회적 기술적 접근, 4. 사라진 기계, 김성희, 장윤희, 김은정, 박상혜, 안수미 공역 (학지사).
[ 7] 참고문헌 [2] p. 31.
[ 8] 참고문헌 [6] p. 147.
[ 9] 참고문헌 [6] pp. 149-154.
[ 10] 참고문헌 [2] pp. 31-32.
[ 11] 한국경제신문 2002년 5월 31일자; 동아일보 2002년 5월 2일자.
[ 12] 동아일보 2002년 1월 9일자.
[ 13] 동아일보 2002년 2월 23일자.
[ 14] http://www.lge.co.kr/about/digitallg/history/history.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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